2020년 때만 해도 "할리우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는?"이라고 물어봤으면 아마 다들 Bob Iger(이하 아이거)라고 했을 만큼 아이거의 당시 인기는 최고가였는데요, CEO로서 리더십 및 비즈니스 스킬뿐만 아니라 인성과 스타성(언론친화성...이라고 해야할까요)까지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미디어/엔터형 대표였거든요.
그런 그가 끊임없이 놀림 (혹은 비판) 받는 게 있다면 바로 CEO 승계에 대한 것이에요. 후임을 찾겠다던 말을 번복하며 CEO직을 연장한 것도 수차례고 결국 찾은 후임자 Bob Chapek(이하 차펙)마저도 의사회에 의해 잘린 후 결국 자기 자신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으니까요 (심지어 '24년까지 후임자 찾겠다고 했는데 못찾아서 '26년으로 연장🤨). 제대로 된 후임을 찾지 못한 의사회의 탓도 크겠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육성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이거도 과실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데요, 특히 아이거와 차펙의 기싸움은 너무 유명해져서 아이거가 정말 후임 문제로 여태까지 쌓아놓은 약 17년간의 명성을 많이 깎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CNBC는 이런 두 사람의 불화와 차펙이 어떤 사건들을 통해 사내 임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는지, 하지만 동시에 왜 차펙이 CEO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아이거와 차펙의 CEO 승계 과정에 있어 생겼던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해드리고 건강한 회사의 모습은 어떤 건지 한 번 보고자 해요.
[둘의 불화, 왜 시작됐는가?]
가장 큰 이유는 아이거와 차펙 둘은 그냥 너무 달랐기 때문이에요 (왜때문에 이혼한 부부 이야기 쓰는 너낌). 굳이 말하자면 아이거는 E(xtrovert)와 F(eeling) 성향이 두드러진 비저너리형 CEO였다면 차펙은 I(ntrovert)와 T(hinkin) 성향이 두드러진 운영효율형 CEO였달까요 (비유하자면 스티브 잡스와 팀 쿡 같은...? 그냥 이 모든 건 여러분들의 느낌적인 느낌의 이해를 위한 비유라는 점 참고!). CNBC 보도에 의하면 둘은 가뜩이나 스타일도 크게 맞지 않았는데 아이거는 차펙이 CEO로 재직하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동안 ('20-'21년) 차펙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 자신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아 자신의 운영경력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차펙은 자신이 하는 결정마다 아이거가 감시하고 임직원들이 자신을 아이거와 비교하는 느낌이라 CEO로서 자율성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고 해요😵.
[차펙이 Disney 임직원들의 신뢰를 잃게 된 이유]
차펙은 일단 할리우드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게 그에게 큰 위기로 작용한 것 같아요. 그는 조직 내 예산과 유통 부문을 따로 떼어내 그들에게 전권을 일임하면서 제작 부문의 예산 기능을 없애다시피 했는데요,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제작 관련 임직원들이 사기를 잃었다고 해요. 차펙은 다른 Tech 회사 (Amazon Prime Video, Apple tv+)들 처럼 제작조직은 제작만 유통과 예산은 경영조직이 하기를 원했지만 여태까지 그렇게 운영되지 않았 던 조직을 그렇게 바꾸려고 하다보니 마찰이 계속 생긴거죠. 거기에 스칼렛 요한슨과의 보상 갈등은 그가 '할리우드를 이해하지 못한다(=디즈니의 중요 사업부문 중 하나를 다룰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데 한 몫했어요.
그런데 그는 스칼렛 요한슨 문제보다 더 큰 PR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데 다름 아닌 플로리다 '동성애 언급 금지 법' 관련 이슈에요 (자세한건 링크를 읽어주세요). 차펙은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정작 진보적 가치관을 띈 직원들이 많은 Disney의 마음을 사지 못한거죠.
하지만 이런 걸로 CEO가 잘리는 경우는 많지 않죠. 결국 가장 결정적인 건 그가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주위 경영진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아서🙉 의사회가 각 경영진들에게 CEO로서 차펙에 대한 신뢰도와 역량을 물었을 때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줬다고 해요.
예로, 당시 Disney CFO인 McCarthy는 차펙에게 '21년 3분기에 D2C 사업부문에 1.3조원($1B)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면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운영되면 안된다고 경고했으나 차펙은 그녀가 계속해서 부정적인 미래만을 그린다며 무시했다고 해요. 심지어 McCarthy는 차펙의 오른팔이자 유통 및 예산을 담당했던 Kareem Daniel 산하의 조직이 의도적으로 거짓된 재무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다 생각까지 했다니 얼마나 당시 조직에 문제가 많았는지 그려지죠 (CEO와 CFO과 정보 공유가 투명하게 안되는 이런 상황 무엇).
차펙은 아이거 CEO 재직 때부터 있던 임원들이 자신의 실패를 기원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임원들의 의견만 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런 사실 여부를 떠나서 CEO로서 그의 역량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던 임원들 중 그가 CEO가 된 이후 뽑힌 임원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리더로서 '자질이 충분했으나 정치싸움에 졌기 때문에 CEO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차펙이 CEO로서 성공하기 어려웠던 이유]
하지만 한 편으로는 좋은 환경에서도 20만 명이 넘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가 힘들텐데 애초부터 주위 환경 자체가 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지는 않더라도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 정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아이거는 차펙이 CEO로 재직하는 내내 그의 선택을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비판하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요 (자기가 뽑아놓고서는....). 아무리 그의 선택에 있어 의문점이 들었다고 해도 그런 의견을 당사자가 아닌 Disney 임직원들에게 털어놓는 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의도했든 안했든 이런 식으로 소통하게 된다면 의견이 왜곡될 여지가 많고 이 과정 속에서 사내 정치도 심화될 수 있으니까요. NBC는 이가 Disney 문화 특유의 'Disney Nice🐭' 떄문이라고 하지만 리더로서 단지 문화가 그랬기 떄문에 말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손쉬운 변명 아닌가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시사점]
저는 이 보도를 읽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어요. (1) 미디어/엔터는 대표나 설립자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 되는 회사지만 되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전체가 대표나 설립자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유지되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like SM 수만...). Disney는 15년간 아이거에게 맞게 진화해왔고 아이거에게 최적화된 임원진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이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아이거의 후임을 찾는 게 어렵다고 생각돼요.
(2) 결국 사람이 모인 조직이 회사인 만큼 감정지능은 그냥 지능만큼이나 중요하다. 차펙만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차펙이 아이거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그의 경력에 좀 더 존경의 의사 표시를 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왔을까? 싶기는 해요. 결국 아이거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갈 테니까요💆.
Disney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몇몇 기자들에 의하면 아이거는 '26년에 확실하게 은퇴할 것 같다고 해요 (이랬는데 N통수). 35호에서 추측했던 것과는 달리 과거 임원진이었던 Tom Staggs와 Kevin Mayer가 후임이 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하는데요, 결국 Disney 내부에서 나오지 않을까 점쳐지고 있다고 하네요. 아마 아이거는 잠재적 후임자를 COO로 임명할 거고 자신이 은퇴하기 전까지 회장이 아닌 CEO로 재직하며 COO를 준비시킬 것 같다고 하는데요. Disney는 차펙-아이거 사건을 통해 정말 달라진 후임 승계 모습을 보일까요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